[왜 힙합은 숨기지 않을까? #06] 허세인가 진심인가|스웩 뒤에 숨겨진 불안

힙합의 ‘스웩’은 단지 자랑일까? 아니면 그 뒤에 숨겨진 불안과 자기확신의 몸부림일까? 래퍼들이 드러내는 ‘과한 자신감’의 진짜 속내를 파헤쳐 봅니다.


돈 벌었어, 차 샀어,
위스키로 샤워해.

 
힙합 음악을 듣다 보면 가사에 나오는 화려한 삶은 때로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도대체 왜 래퍼들은 이렇게까지 자신을 과장해 보여줄까? 그 시작은 ‘스웩(Swag)’이다. 멋, 여유, 자존감, 허세, 모두 이 한 단어 안에 담긴다. 하지만 이 스웩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살 자격이 있다”는 외침이다. 세상이 무시하던 존재가 마침내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내는 방식. 그 배경엔 불안과 결핍이 있다. 자라온 환경이 가난했거나 인정받지 못했던 과거가 있기에 더 강하게, 더 크고 멋지게 자신을 내보인다. “난 가치 있는 사람이다”라고 소리쳐야 세상도 그를 그렇게 봐주니까.

Jay-Z는 가난한 프로젝트 하우스에서 자랐다. 그는 수많은 곡에서 부와 명예를 강조하지만 그 이면엔 끊임없는 생존의식이 흐른다. 한국 래퍼들도 마찬가지다. 빈지노는 “그저 널 이기고 싶었어, 근데 그게 나였어”라고 노래하며 경쟁과 비교 속에서 지켜낸 자존을 말한다.
 


그러니까 스웩은 방패이자 무기다. 자기 방어이며 동시에 자기 선언. 겉보기엔 허세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엔 사회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간절함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래퍼들의 허세에 웃기도 하고 때론 질려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밑바닥엔 누구에게나 있는 마음, '나를 좀 알아봐 줬으면' 하는 간절함이 숨어 있다.

그래서 스웩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우리가 SNS에서 올리는 그 멋진 하루, 필터 낀 사진들, 괜찮은 척하는 말들. 그것도 우리만의 스웩 아닐까? 힙합은 그런 인간적인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날것 같고, 그래서 더 가까워진다. 가식 없는 허세. 그게 진짜 스웩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