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은 늘 유행을 선도하지만, 모든 곡이 오래 남진 않습니다. 세대를 뛰어넘는 힙합 가사에는 어떤 깊이가 있을까요?
플레이리스트를 돌리다 보면, 분명 며칠 전까지 뜨겁게 들었던 힙합 곡이 순식간에 ‘그냥 그랬던 노래’가 되어버리곤 한다.
힙합은 트렌디한 장르다. 비트, 스타일, 가사 모두가 시대의 흐름을 가장 빠르게 반영한다. 하지만 유행은 휙 지나가고, 기억에 남는 노래는 드물다. 그렇다면 오래 남는 힙합, 다시 들을수록 울림이 깊어지는 리릭은 뭐가 다를까?
결국 핵심은 ‘진심’과 ‘이야기’다. 나얼의 "바람기억"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울림 있는 이유는, 가창력만이 아니라 그 안에 깃든 감정선 때문이다. 힙합에서도 마찬가지다. 타블로의 ‘Airbag’은 “난 너를 태워 내 맘속 속도위반” 같은 섬세한 표현으로 감정을 조곤조곤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 말은 오래도록 남는다.
유행을 타는 곡은 강렬한 비트, 자극적인 표현으로 빠르게 반응을 끌지만, 오래 남는 곡은 경험, 삶, 철학 같은 무거운 주제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다. Kendrick Lamar의 ‘Alright’가 미국 흑인 사회의 집회 현장에서 울려 퍼진 건 단지 후렴이 중독성 있어서가 아니다.
그건 ‘We gon’ be alright’이라는 문장이 시대의 고통에 건넨 응답이었기 때문이다. B-Free의 “죽어도 못 해, 타협은 못 해” 같은 가사나, 딥플로우의 “거짓말일 수는 있어도 진심이길 바래” 같은 말들은 어떤 시대에도 다시 들으면 ‘아, 저 말은 진짜였구나’ 싶다.
유행하는 힙합은 순간을 말하고, 오래 남는 힙합은 생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힙합을 듣는 우리도 결국 묻게 된다.
이 노래는 시간이 지나도,
다시 듣고 싶을까?
가사는 기억된다. 멜로디는 흐릿해져도, 그 말 한 줄이 머릿속에 박힌다. 그래서 래퍼들의 말에는 책임이 있고, 청자의 귀에는 여운이 남는다. 가사는 힙합의 뼈대이자, 영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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