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T가 영화를 기억하게 만드는 방법|장면을 감정으로 바꾸는 음악의 힘

왜 어떤 영화는 몇 년이 지나도 선명할까요? 그 중심엔 항상 OST가 있습니다. 음악이 장면을 기억으로 만드는 순간들,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게 되는 이유를 풀어봅니다.

 그 장면, 진짜 인상 깊었어.

 
그런데, 그 장면이 진짜 우리 기억 속에 남은 이유는 눈보다 귀가 먼저 반응했기 때문이다. 화려한 화면, 배우의 표정, 스토리의 반전보다 먼저 감정을 훔치는 건 언제나 배경에 흐르던 그 음악이었다.음악은 감정을 기록한다 기억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누군가를 그리워할 때, 장소보다 향기나 소리를 먼저 떠올린다
 영화도 같다. 슬픈 장면은 음악이 없으면 덜 슬프고, 행복한 장면은 음악이 없으면 낯설게 느껴진다. [어바웃 타임]에서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해변을 걷는 장면, 그 순간 흐르던 Nick Cave의 'Into My Arms' 없이는 우리는 그 장면을 그렇게 오래 기억하지 못했을 것이다.
 음악은 장면을 확장시킨다. 때론 화면에 담지 못한 인물의 감정, 숨겨진 이야기, 시간을 확장시킨다. [인셉션]의 'Time'은 시간의 무게와 선택의 갈등을 표현한다. 그 음악 덕분에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게 된다. [라라랜드]에서 마지막 회상 장면을 떠올려보면 거기엔 말보다 음악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장면은 설명할 수 없지만 이해되는 감정의 결정체다. 그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다.


 

때론 영화는 한 곡으로 기억된다. [타이타닉]의 'My Heart Will Go On', [보헤미안 랩소디]의 'Love of My Life', [노팅힐]의 'She', [이터널 선샤인]의  'Everybody’s Gotta Learn Sometimes'. 이 곡들은 영화 전체의 서사를 압축한 감정의 정수이다. 우리는 그 곡을 듣는 순간 영화 속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마치, 뇌가 스위치를 켜듯이..
영화를 본 지 10년이 지나도 그 OST는 단 몇 초 만에 기억을 환기시킨다. 우리 마음 속 어딘가에 그때 그 시절의 나, 그때의 감정, 눈빛, 숨결이 음악으로 저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OST는 감정을 지문처럼 남긴다 좋은 OST는 장면을 이미지에서 감정으로 바꾼다. 그리고 그 감정은 오랫동안 우리 안에 남아 때때로 다시 재생되며, 스스로 위로가 되어준다. 당신이 어느 날, 라디오에서 'City of Stars'를 듣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면 그건 그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와 함께했던 당신의 감정이 다시 재생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 없는 영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영화는 시각의 예술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로 감정의 예술이 되는 순간은 언제나 음악이 함께할 때다. 장면을 넘어 기억으로, 기억을 넘어 감정으로 바꾸는 힘. 그건 좋은 연출보다 더 강한 음악의 마법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OST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두고 일하고 있는 당신, 왜 그런 음악을 듣고 있을까?

 

당신이 그때 느꼈던 감정을
꺼내보고 싶은 마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