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내한공연으로 본 한국의 공연장 | 세계 중심에 선 K팝, 그러나 집은 준비되지 않았다

K팝은 이제 세계 음악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같은 아티스트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수많은 팬을 만나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은 글로벌 스타들이 외면하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콜드플레이의 2023년 아시아 투어였다. 콜드플레이는 아시아 5개국을 도는 월드 투어를 진행했지만 한국은 일정에서 빠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공연을 열만한 콘서트 홀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뮤지션들은 대개 5만 석 이상의 대형 공연장을 원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그런 공간이 사실상 없다. 유일하게 가능한 잠실 주경기장은 리모델링으로 사용이 불가능했고, 45,000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상암 월드컵 경기장은 잔디 보호 문제로 대관이 까다롭다. 교외 지역의 대형 경기장은 교통과 지원 인프라가 부족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 
 

반면 일본은 어떨까?  도쿄 한 도시 안에 3만 석이 넘는 콘서트 홀이 다섯 개나 있다. 그 중 일부는 6만 명 이상 수용이 가능하다. 심지어 스포츠와 구분되는 '음악 전용 콘서트 홀'도 4개나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문화적 취향이나 인프라 문제를 넘어 경제적 전략이 깔려 있는 결과다. 콘서트가 열리는 도시들은 막대한 경제 효과를 본다. 대표적으로 테일러 스위프트는 2년 동안 전 세계 투어를 통해 약 3조 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테일러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을 정도다. 그녀가 공연을 하는 지역은 숙박, 식음료, 교통, 관광 등 다양한 산업에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싱가포르 역시 똑같다. 국립 경기장에서 블랙핑크와 콜드플레이가 공연을 열었고, 그 직후 숙박 검색량이 무려 8배 이상 치솟았다. 심지어 싱가포르는 연간 콘서트 관람객 수가 인구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콘서트 관광'에 적극적이다. 더 씁쓸한 건, 그렇게 해외에서 경제효과를 올리는 주역들 상당수가 바로 한국의 K팝 아티스트들이라는 점이다.


 
우리 손으로 키워낸 세계적 아티스트들이 정작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무대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  K팝은 자랑스럽게 세계를 휩쓰는데  정작 그 발판이 되어야 할 한국의 공연장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글로벌 공연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문화 강국의 위상을 지키려면 단순히 좋은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을 제대로 뒷받침할 '집'이 필요하다. K팝이라는 나무가 뻗어나갈 수 있도록 튼튼한 공연 인프라라는 뿌리를 내리는 일.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지금 한국은 음악적으로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그 위상을 뒷받침할 공연 인프라는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콜드플레이의 2023년 내한 제외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우리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사건이었다. 더 많은 아티스트가 한국을 공연지로 선택하게 만들려면 이제는 공연장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문화는 자부심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튼튼한 무대와 지원이 있을 때 비로소 세계를 감동시키는 예술이 완성된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이 아니라 행동이다. K팝의 성공을 넘어 한국이라는 무대 전체를 성장시킬 때다.
 
K팝이 세계를 흔들었다면, 이제 한국 공연장이 그 무게를 버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