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은 끝났지만, 음악은 남았다 #06] 영화관 밖에서 OST를 듣는 이유

영화를 보고 나왔는데, 이상하게 음악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어느새 검색창에 OST 제목을 치고 있고, 플레이리스트에 조용히 추가해둔다.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별다른 이유 없이 다시 듣게 되는 음악. 우리는 왜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음악을 반복해 듣는 걸까?


영화 음악은 단순히 좋은 멜로디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감정이 저장된 하나의 매체이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느꼈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들—설렘, 불안, 위로, 쓸쓸함—그 모든 감정은 음악 속에 그대로 보관된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그 음악을 들을 때, 단순한 청취를 넘어서 그때의 감정까지 꺼내듣는 것이다.

'더 페이버릿'의 엔딩에 흐르는 'Skyline Pigeon (피아노 버전)'은 영화의 무거운 결말을 더욱 날카롭게 한다. 피아노 한 줄의 선율이 말을 아끼고 숨을 참는 인물들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그 장면은 물론, 그 장면이 던진 질문까지 되살아난다. 그리고 관객은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그때 무엇을 느꼈는지, 왜 그렇게 오래 남았는지.

 

음악은 감정을 반복시키는
가장 조용한 장치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Pi’s Lullaby 역시 마찬가지다. 인도적 색채가 짙은 이 곡은 영화 전체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끌고 가지만, 그 이상으로 깊은 정서를 남긴다. 고요한 바다, 혼자 남겨진 소년, 그리고 상상과 현실 사이를 부유하는 이야기. 이 음악은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에서 느낀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 곡을 다시 듣는 이유는 그 감정의 기억을 다시 꺼내보고 싶기 때문이다.


영화관 밖에서 OST를 듣는 일은 결국 감정을 반복하는 일이다. 그 감정은 영화의 한 장면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음악은 그 감정을 재현하는 열쇠가 된다. 그리고 그 열쇠를 꺼내는 행위는 스스로를 위로하거나, 다시 한번 몰입하고 싶다는 무의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음악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영화는 끝났고,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그 선율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시 재생된다.
그때의 내가 잠시 그 음악 속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감정을 다시 꺼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