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꺼진 극장,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화면은 천천히 검게 물든다. 하지만 관객은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다. 자막이 올라가고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 음악은 이전의 모든 장면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관객의 마음을 한 번 더 뒤흔든다. 장면은 끝났지만 음악은 시작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영화는 엔딩 크레딧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엘리오가 벽난로 앞에 앉아 있는 장면은 아무 말 없이 감정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흐르는 건 'Sufjan Stevens의 Visions of Gideon'. 이 음악은 엘리오의 내면을 대신해 울린다. 관객은 그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정리하고, 받아들이고, 잠시 머문다. 자막이 오르는 동안 이어지는 이 정리는 관객에게 '여운'이라는 형..